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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편지   Play_List
조회: 768 , 2019-05-29 22:58


누가 넬의 한 멤버에게 '노래가 왜 항상 우울하냐'고 했을 때, 뭐라고 대답을 했더라는지 얘기를 했던가요? 어쩌면 1년도 더 전에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우울할 때 노래를 써서 그래. 기분 좋을 땐 방에 틀어박혀서 노래 쓰는 게 아니라 놀러 다녀야지.'라는 식의 대답이었다고. 그러고 보니,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이 얘기를 들었는지는 완전히 잊어 버렸어요. 오래 전부터 넬을 정말 좋아하는 후배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분명한데.

그 사람은 처음 제 글들을 보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했어요. 그 생각은 이후로도 바뀌지 않았겠지만, 어떤 인상과 판단들은 바뀌어 왔겠죠. 편지를 주고받으며,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책임지지 못할 말에 모든 진심을 담으며, 지키지 못한 약속을 가장 마지막으로 잊어가며.

당신에 대한 제 첫 인상은, 실제보다 훨씬 어수룩한 사람이었어요. 알고 보니 이해심이 싶은 동시에 똑똑한 사람이어서, 처음에 어른스러운 체를 했던 일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어요. 그런 이유때문일까요, 최근의 저는 '키다리 아저씨'의 포지션에서 아주 벗어나있죠.

일기를 쓰려다가 편지처럼 되어버리고 나니, 사소한 기억들과 그에 대한 감상들이 두서없이 떠올라요. 그것을 핑계로 글을 급히 맺으려고 하는데, 그 전에 한 가지만 짚고 갈게요. 당신은 제게 고마운 사람이에요. 어떤 의미에서의 '존경할 만한 멋진 사람'이기도 하고, 제 걱정과 두려움에 대해서 언제나 솔직하게 격려해 주시는. 최근엔 각자의 바쁜 일상을 핑계로,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다소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요. 늘 응원해요. 그럼 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