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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눈치는 빨랐지만 .   현실체험기
조회: 2033 , 2019-09-18 16:15

 녀석은 빨리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공의 기준이 뭐길래?

 돈 많이 벌고, 높이 올라가고. 직급이든 뭐든.

 음,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그리고 나 차도 사고 싶고. 내 주변에 친구들은 다 차 있는데 나만 뚜벅이야.

 차, 뭐 없어도 상관없잖아.

 누나, 나는 늦게 시작해서 그런것들이 부러워. 자존심도 상하고.

 많이 어리네.

 누나, 나 자꾸 어리게 보네?

 어리니까 어리다고 하지. 

 

 발끈하던 녀석은 기어코 말을 놓더니,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진아야. 나는 니가 좋은데,

 15년도에 봤을때도 좋았는데 다시 보니까 또 좋고 더 좋은데

 내가 계속 조바심내고 성공하고싶다는 이유도, 사실 너때문인데.

 이거 술 취해서 하는 말 아니고,

 이 말 못 믿겠으면 내가 나중에 다시 고백할 수 있는데.

 너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혹시 좀 그러면, 내가 기다릴까?


 달큰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횡설수설하며 말하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너 취한거 티 나.

 야, 술을 마시긴했지만 취하진 않았어. 그러니까 다시 제정신으로 고백할 수 있다고, 원한다면.

 어디서 누나한테 야,래? 정강이 찰까?

 아니, 야! 남녀사이에 누나동생하다가 어? 동급되고 그런거지.. 누나..

 

 배시시 웃는 녀석을 보고 따라 웃었다.

 취했으니까 이제 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아니, 누나. 대답해주면 안돼?

 

 나는, 왜 지금이냐고 되려 묻고싶어.

 응?

 왜, 뜬금없이, 난데없이 10일전에 왜, 니가 나한테 연락했는지 거기에 일단 물음표를 하나 던지고.

 너라면 아직 더 기회가 많고 더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는데, 왜? 라고 또 물음표를 하나 던지고.


 좋으니까.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러니까 15년도에 봤던 니가 그대로여서,

 내가 봤던 그때 누나가 그대로여서 더 좋으니까 그런거지.

 

 녀석의 대답을 듣고 웃는 나에게 되려 묻는다.

 누나 혹시 나이가 문제인거야? 3살 밖에 안되잖아.

 나이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너의 나이가 ..  아니다, 됐다. 일어나자, 데려다줄게.



 칭얼거리는 녀석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끝까지 잠 안자고 기다리겠다며 도착하면 연락하라는 녀석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까만 도로를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전화가 몇번 울리고,  카톡이 몇번 울리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달려왔다.

 부러 창문을 열고, 노래를 틀고.

 

 

 눈치는 채고 있었다.

 녀석이 오랜만에 내게 연락하고 또 주고받은 대화, 억양, 제스처에서.

 외로웠던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그저 외로움때문이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잖아.

 선배가 말했다.

 외로우니까 만나고 사랑하는거지. 너는 어떤데?

 선배, 내 나이가 35살이야. 이제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만남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넌 어차피 비혼 아니야?

 비혼인게 문제가 아니라, 내 나이가 그러니까, 만날 상대방도 그럴거란 말이야. 그 부담감은..?

 좋기는 해?

 신경은 쓰여. 근데 좋은거랑 신경쓰이는거랑은 또 다르잖아. 사람이 좋은건지, 남자로 좋은건지..

 좋은거랑 신경쓰이는거랑 다르긴한데, 그렇게 좍좍 명확하게 그어버리면 무슨 재미냐?

 ...그사람과 비교할까봐 무서워.

 


 술잔에 가득 맥주를 붓고 벌컥벌컥 마시고

 빈잔에 또 가득 채우고 마시는데 잔을 낚아챈다.

 

 혼자 잘 견디고 버틴다 생각했는데?

 잘 견디고 잘 버티고 있었어. 잘하고 있고. 혼자서도 뭐, 다 잘하는 사람이잖아. 다 해내는 사람이잖아.

 지랄을 한다...또.

 

 


 두통으로 죽을 것 같다며 늦은 출근을 한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헛개수에 커피를 탔다며 얼음가득 건낸다.

 기사, 오탈자 투성이다, 똑바로 써라.

 네..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굿모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