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구독관리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티아레
 엄마의 블로그에 갔다가..   공개
조회: 3581 , 2010-05-03 16:49

엄마의 블로그에 가보았다.


2년 전 우리 집에 오셨을때 손수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 등록까지 해놓고
가셨는데 지금껏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컴퓨터인지라 검색을 통해 블로그를 찾아야했다.



평소 글쓰기도 좋아하시고, 소녀시절부터 시와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이라
아기자기하게 블로그를 잘 꾸미고 가꾸고 계신 흔적들이 역력하다.



몇 년 전 생일 선물로 사드린 디카를 잘 쓰고 계신다더니
좋은 사진도 많이 올려 놓으셨다.


하루 방문자가 400명을 웃돈다는 말도 진작에 들었다.
최근 댓글들도 살짝 보니 블로그 상의 친구들도 꽤 많으신 것 같다.



등산, 탁구, 요가, 서예, 합창 등의 취미활동도 꾸준히 하시면서
자신의 블로그 운영하는 일에도 재미를 붙이고 활동적으로 사시니
잔정 없고 말도 없는 무뚝뚝한 딸로선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좋은 글이나 시, 사진을 음악과 함께 메일로도 보내주시는데 거의 답장을 못해드린다.


난 엄마와는 대화를 못하겠다. 미안스럽게도.
사춘기 때부터 속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엄마에게 온/오프라인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울다에 둥지를 튼 이들에겐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나도  내 나름의 계기가 있어 회원이 되었지만
공개일기를 올리는 건 나로선 여전히 어색한 일이다.


엄마의 블로그에 가는 일도 좀체 없는 내가
이곳에선 다른 이들의 공개일기들을 습관처럼 읽고 있다.



누군가가 올린 글들을 보며 공감하고 위안 받는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질 때도 있다.
누군가가 느끼는 답답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기도 해서
때로 나만 이렇게 막막한 게 아니라고, 다시 힘내자고 다짐한다.



아마도 울다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
지금 이곳에서 쉼을 얻고 있는 이들에게도.
훗날 아련한 추억을 안고 잠시 쉬고 싶어 다시 이곳을 찾아올 이들에게도.

프러시안블루   10.05.03

오늘 길을 가는데 호객하는 친구가 "아버님 핸드폰 하나 보고 가세요"라고 하더군요.
아저씨도 아니고 <아버님> 이라니?ㅋㅋㅋ
조금 쇼크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공개일기나 댓글을 달때 제 말투와 생각에서 쉰내가 나는거 느껴져
글쓰는걸 스스로 검열하고 있습니다.

울다에 올라오는 글들이 대부분 사랑의 기쁨과 상처에 관한 건데
이 나이에 그런 글에 대해 댓글다는게 남세스럽게 보일까 우려되기도 하지요.
("아버님"이 다는 사랑에 대한 댓글..... 좀 징그럽죠. ㅎㅎㅎ)

그래서 저도 티아레님처럼 주로 눈팅만 열심히 한답니다.

티아레   10.05.04


자녀가 있을 나이로 보인다 싶으면 그렇게들 부르잖아요^^
"선생님~" 정도의 호칭이 무난했을텐데 그 친구가 센스가
없네요ㅋㅋ

아저씨, 아줌마는 좀 그렇고, 딱히 마땅한 호칭이 없어 곤란하긴
해요. 학원 근무할때 보면 강사나 직원들도 젊은 학부모들에게
꼬박꼬박 어머님, 아버님 하더군요.
그런 면에서 영어권의 sir, ma'am, Ms 이런 호칭은 이런 경우
참 편하죠.

나이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아무도 남세스럽게 보지 않을 거예요.
젊은 사람들도 그걸 더 부담없고 편하게 느낄걸요.

난 나이가 아주 많아도 여전히 소년/소녀적 감성을 잃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게 감지되는 글이나 말투를 가진 분들에게
호감이 가던데요.

저는 오히려 나이들수록 감성이 더 풍부해지고 그 층위에도
섬세한 결들이 더 늘어나면서, 포용력도 훨씬 생긴 것 같아서
이런 제가 좋아요.

감성으로 접근하면 코드만 비슷하다면 위아래로 수십년은
커버할수 있을 것 같은 여유와 자유로움이 생겼달까요ㅋㅋ
"나이 값" 이런 거 필요할때는 또 적절히 챙겨주는 눈치 정도는
자연스럽게 길러지잖아요.

갈수록 편해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어요.

새로운10년   10.06.13

하하하!! ^^
3년 전쯤 수영복 사러갔다가 매장 직원에게 '누나 어려보여요!'라는
칭찬(..;;)을 듣고 엄청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네요..ㅎ

방금 '내가 할 수 있는 건'이라는 일기글에 달아놓으신 댓글을 보고
글쓰신 분 못지 않게 엄청 위로받았어요..^^

저는 가입한지 얼마 안된 신입이라 울다에 세번째 들어오는건데,
티아레님 일기에서처럼 정말 위로받고 갑니다. 신기하네요.

아버님이 들려주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기회가 되면 꼭 들려주세요~!!

사랑아♡   10.05.04

티아레 어머님은 정말 멋지신분인것같아요 블로그에 사진도 담으시고.. 우리엄마는 배우고싶어하시지만.. 말만해놓고 안하시네요 ㅠㅠ 타자도 알려줄려고 노력도했는데 .. >_<;;

티아레   10.05.05

사랑아님 어머니도 참 멋지시던 걸요^^
전에 읽었어요. 애인이랑 엄마랑 함께 즐겁게 대작하셨잖아요.
한두줄만 읽어도 모녀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대번에
알겠더라구요. 부러웠어요.

저의 엄마는 제가 봐도 무척이나 독특한 분이세요^^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삶을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분이시죠.

다만, 가족에게만 드러내는 이상한 성격들이 있어서
감정표출이 너무 심하고, 히스테리가 심했어요.
자라면서 저나 동생이나 상처를 참 많이 받았지요.
아침에 울면서 학교가기가 일쑤였고..

성격 좋으셨던 아빠는 늘 엄마를 그냥 이해해달라고 하셨지요.
어려서 부모님 잃고, 고생을 많이 하며 커서 그렇다고.
영특했던 사람이 삶이 뜻대로 안풀려서 맺힌게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두분도 장난 아니게 많이 싸우셨고..

난 대여섯살때 시골 할머니댁에서 살았거든요.
사는게 힘드셨는지 날 그렇게 떼어놓으셨지요.
할머니가 무척 좋으신 분이라 행복했었기 때문에
그시절이 내게 별로 문제될 건 없는데
그로인해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았는지,
엄마의 별스런 성격이 싫고 안맞아서 그랬는지
항상 멀게 느껴지고 편하지가 않았어요.

좋은 면도 배울점도 많은 분이고,
무엇보다 부모님이시니 늘 감사하고는 있지만
이제와서 살갑게 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나중에 많이 걸리겠지만..

클로저   10.05.05

블로깅이 보통일이 아닌데 투데이가 400이나 된다니 굉장하시네요.
저도 블로그 한동안 하다가 포스트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지금은 울다에만 가끔씩 들어오는게 전부에요.ㅎ

티아레   10.05.05

실버들의 위력은 대단하죠^^
나도 엄청 놀랐어요.

"실버들의 방" 이라는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던데
시간적으로 다들 여유가 있는 연세인지라, 그리고
살아오신 세월 만큼이나 하고 싶은 얘기들도 무궁무진하게
많으신 것 같구요ㅎㅎ
아무래도 나이나 취미,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어울리게 되다보니
포스팅 해놓은 글에 재미난 댓글들도 많이 달리구요.

마음은 절대 늙지 않거든요ㅎㅎ
오히려 시간과 여유가 충분히 생기니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욱 몰두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되잖아요.

인터넷은 실버들에게도 참 좋은 여가활용 수단인 듯 해요.
엄마가 그러시는데, 이게 가장 돈 안드는 취미활동이래요.
거기다 참 재미나서 삶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고^^

억지웃음   10.05.05

어머님 정말 멋지시네요~
직접 소통이 어려우시다면 블로그에서의 소통도 좋은 방법이 될듯 하네요
티아레님이 마음의 문을 조금~ 만 열어주세요^^

티아레   10.05.06

고마워요, 웃음님^^

같이 살지 않으면서부터 사이가 점차 나아져서 지금이 가장
좋은 편이죠. 적당히 떨어져서 지내야 서로 더 편해지는 관계도
있는 거 같아요^^

전화로 직접 하는 소통이 서로 더 익숙하고 편하죠ㅎㅎ
이야기도 잘 나누는 편이에요.
나이가 들면 주로 안부를 여쭙는 거지, 깊은 얘기는 자연히
안드리는게 되죠.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는 배려에서도 그렇고.

데피오즈   10.05.20

댓글들 읽다보니 컴퓨터 빼앗아 쓴다고 투덜대던 제가 떠올라 부끄럽네요.
추억에 메인 인간의 숙명으로서 오늘도 추억을 기록해야 하는데..
게으름이...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