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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레
 Re : 욕심을 버리는 법   공개
조회: 4433 , 2011-06-16 03:14



일기를 읽다가 얼마 전에 본 한 영화를 떠올렸어요.

폭설이 내린 날, 강의실에 선생과 제자 둘 달랑 셋이 앉아있는데
자기한테 궁금한 거 없냐는 선생의 말에 제자가 그래요.

Q : 선생님, 성욕은 어떻게 이겨 내세요?

선생이 대뜸 이래요.

A : 누가 이겨낸다 그랬어? 누가 성욕한테 이기냐? 너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그런 사람 있다고 얘기나 들어 본 적 있어? 안 돼! 그러니까 고민하지마..


절대로 놔지지 않는 욕심이라면 놓아버리는 것을 단 하나의 해결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괴롭고 소모적이기만 할 뿐.
대신 거기에 덜 집중하도록 무게중심을 자신 삶의 다른 영역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문제의 양상도 문제를 바라보는 나 자신도, 그러니까 안목이나 생각, 대처능력 따위들도
어떤 식으로든 서서히 변해가는 거니까... 그동안은 견디는 거 외에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안간힘을 다해서.


그 영화에서 제자가 또 물어요.

Q : 왜 사랑하세요?

A :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중에서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없어. 아니, 없는 것 같애.

정말 수긍이 가더군요.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것도 아닐 바에는 대부분의 고민들도 결국 소용없는 것들이 되고 말겠지요.
불어닥치는 바람을 가르며 뚜벅 뚜벅 걸어갈 밖에는.
바람이 잦아들고 잔잔해지는 날들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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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2010) 옥희, 진구, 송감독의 강의실 대화

http://blog.naver.com/limes92?Redirect=Log&logNo=124145555

closer   11.06.16

오. 좋은 답변이네요..역시 티아레님^^

비슷하지만 저도 요즘 뭔가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았어요.
이겨내는건..이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인정해버리면 맘이 편해져서 괜찮더라구요.^^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야. 뭐 어쩌라고.."이런 거죠 ㅋㅋ

티아레   11.06.16

ㅎㅎ 그것이 정답!^^

나탈리님은 나이에 비해 참 지혜로운 분이세요.
책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도 잘 정리하는 분이라 사고도 균형지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섬세하고 따뜻한 그런 분..^^

closer   11.06.16

항상 티아레님 일기 잘 보고 있어요.
읽다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댓글을 쉽게 달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조심스레 달아보았는데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해요.ㅠㅠ 사실은 나이에 비해 철도 없고 생각도 많이 어린데..

클로저   11.06.16

블로그 출처를 따라가서 대화원문을 모두 읽었는데 다 공감가는 말들이네요.
특히 "왜 사람들은 서로 못 믿나요?" 란 물음에 답이 마음에 들어요.
저 스스로 '버리자, 잊자, 포기하자' 여러번 되뇌여봤는데 쉽게 안되더라고요.
티아레님 말씀대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냥 되는대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오늘 하루종일 생각해봐도 별 수 없어서 많이 포기가 되긴 했는데
그래도 불쑥 '혹시나 내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긴 생각이
튀어나오긴 합니다.ㅎ 저도 참 끈질긴듯.
마음을 다잡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항상 감사드려요..^^

티아레   11.06.16

저도 그 대화가 참 마음에 들어요.
몰랐는데 징그럽도록 끈질긴 면이 있더라구요, 저도^^
그러면 나도 막 이래요ㅋㅋ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야. 뭐 어쩌라고.."

tlsdmsdb6839   11.06.16

뭔가 깨달음을 주는 글이에요.ㅋ
덕분에 저도 블로그 가서 글 다 읽어봤어요.ㅋ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