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침   neuf.
  hit : 566 , 2023-03-02 10:04 (목)

어제는 대창 먹방을 보다가 잠들었다.
남자친구가 요즘 일 때문에 엄청 힘들어하는데
어제도 통화하는데 목소리가 축 쳐져있었다.
남자친구가 얼른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 편으론 남자친구가 기운이 없으니
나도 기운이 없어지는 것 같다.
남자친구가 주던 사랑이 빠진 자리인 것 같다.
좀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전화기 너머에서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겠지,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몸이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걸 거야.

내일 출근할 때 마시라구 커피 기프티콘이나 보내줄까?ㅎㅎㅎ
내가 기분을 당장 좋아지게 할 수는 없더라도
기분 좋은 일 하나 만들어주면 위로가 되지 않으까?
오늘 나라도 좀 여유롭게 지내면서 그 여유를 전해주려고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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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숙사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다.
왼쪽 창에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나의 왼쪽 얼굴을 따스하게 달군다.
뺨이 뜨거울 정도다.
방금 사과를 먹었더니 입 안은 좀 달고
앞니의 감각이 살아났다.
턱도 좀 욱신거리는 것 같고?
오른쪽 발바닥과 발등이 좀 찌릿찌릿한 것이
어제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가보다.

오른쪽 눈에는 다래끼가 났다.
많이 심하진 않은데 보기에 조금 빨갛게 부었고
찡그릴 때면 좀 욱신거린다.
가만히 두면 낫겠지.
더 심해지면 소염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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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뒤에는 상담이 있다.
내가 하는 상담!
오랜만에 하는 상담이라, 얼른 준비하고 가야지.

요즘은 돈 문제 빼고는 다 안정적이다.
대학원 다니느라 빚이 더 늘어났고
생활비도 좀 생각없이 써서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까지 손을 대었다.
작년엔 그냥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부리는 편은 아니지만,
상담 받고 싶으면 받고
PT 받고 싶으면 받고...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생활비를 너무 많이 썼다.

올해는 연애도 시작했고
이제 곧 졸업이니까
다시 계획적으로 소비를 해야겠다.
언젠가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일 날이 오겠지?
아니, 내가 숨통을 트면 된다.
어서 졸업하고 취업하기! :)
그러면 적어도 매달 고정 수입이 생기고 
그걸로 빚을 갚으면서 추가적으로 무슨 돈을 벌든 재테크를 하든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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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했던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 소원해진 친구다.
내 모든 걸 알고 있고 
나도 그 친구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고
마음이 멀어졌다.
느슨하게 이어지던 끈은 언제인지 모르게 툭, 하고 끊어져버렸다.

사실 여러 번 다시 연락해볼까 했지만,
뭔가 겸연쩍기도 하고, 내가 이 친구랑 다시 잘 지내보고 싶은 건지
그만큼 친했던 친구의 존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 허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연락을 가끔해도 돌아오는 미지근한 반응.
아, 이 친구랑은 이렇게 멀어졌구나 싶어서-
그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결혼 소식이 인스타에 올라왔고
이걸 인스타에서 본 것을 보니
나와 이 친구는 정말 멀어졌구나 싶었다.
물론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거겠지만
좀 싱숭생숭했다.
사실 카카오톡에 디데이가 떴길래 설마 결혼하나
그 전에 연락해봐야지, 싶었는데.
스토리에 이미 올라와버려서 어떻게 하나 싶다.
결혼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연락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뭐 연락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뭐 싸우고 헤어진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멀어진거니까 죄인처럼 생각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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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상담을 공부하다보니 부모님과의 관계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특히 내가 더 온전해지려면,
그래서 치료자로서 더 바로 서려면.
친부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내가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그 작업을 좀 미뤄왔었다.
친부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엄마를 안 보면 난 정말 부모가 없어지는 거니까 엄두가 안 났던 것 같다.
사실 엄마를 못 보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부모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진짜 비정상이 되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부족하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게
기정사실화 될 것 같아서.
평범함의 가면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특히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만약 엄마랑 싸우고 집과 인연을 끊는다고 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까?
지쳐서 떠나가지 않을까....

그러나 떠나보낼 수 없는 관계는 유지할 수도 없다.
적어도 건강하게는.
끊길 것이 두려워 근근히 유지하는 관계는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와 틀어질지라도 직면을 해야하는 것 같다.
그건 다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직면하자.
엄마, 그리고 친가 가족들과의 관계도.
이제 1년 뒤면 친부도 출소이니까. 그럴 만한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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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담을 하고 과외를 하고 머리를 하러 가는 날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가 되기를.
마음을 담아 나의 하루를 응원해본다 ♡
HR-career  23.03.03 이글의 답글달기

정말 대단하세요~ 항상 맘속으로 응원합니다. 저도 올해 결혼할지도 모르겠네요~^^

李하나  23.03.07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ㅎ응원 감사드려요! 그리고 결혼도 정말 축하드립니다! ^^

보리  23.03.31 이글의 답글달기

남친에게 커피 이모티콘 듣기만 해도 기운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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