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誤發彈
 노총각 vs 노처녀   봐봐봐
조회: 4370 , 2014-03-30 20:39

하하~~ 재밌넹...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 고민의 원천은 같은 모양이다.
노처녀가 된 이유는 좀 다를지 몰라도,
그 답답한 심정과 한스러움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노총각가도 있음 좋으련만... ㅋ

세월이 흘러 남녀평등이 여성우월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은...
아이들의 동요로 노총각 이야기가 나온다 ㅋ
http://blog.naver.com/lucy050222/120201503845
http://shjjim.blog.me/130108091340

재미있구만 ㅋ
길 건너 불구경이 아닌데도.... ㅋ








노처녀가老處女歌 (작자미상, 조선후기)

인간세상 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인간만물 생긴 후에 초목금수 짝이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남녀 부부와 자손 같건마는

이내팔자 험구하여 나와 같은 이가 또 있는가.

백년을 다 살아야 삼만 육천 날이로다

혼자 사니 천 년을 살면 정녀(貞女, 아직 시집 가지 않은 여자) 되어서 만 년을 살까

답답한 우리 부모 가난한 좀스런 양반이

양반인 체 도를 차려 처사(處事, 하는 일)가 불민(不敏, 어리석고 둔함)하여

괴망(怪妄, 괴상하고 망측함)한 일만 하니 단지 하나 있는 딸 늙어 간다.

적막한 빈 방안에 적요(寂寥)하게 혼자 앉아

전전불매(輾轉不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거림) 잠 못 들어 혼자말 하소연 들어보소.

노망(老妄)한 우리 부모 날 길러 무엇하리

죽도록 나를 길러서 잡아 먹을까 구워 먹을까

인황씨(人皇氏, 중국 태초의 임금들) 때 생긴 남녀 복희씨(伏羲氏) 때 만든 가취(嫁娶, 시집가는 일과 장가드는 일)

인간배필 혼취(婚娶, 혼인하는 일)함은 예로부터 있어 왔건마는

어떤 처녀는 팔자 좋아 이십도 되기 전에 시집간다.

남녀자손 시집장가 떳떳한 일이건만

이내팔자 기험(崎險, 사납다)하여 사십까지 처녀로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세상에 태어나지나 말 것을

달 밝은 사창(紗窓) 긴긴 밤에 침불안석(寢不安席) 잠 못 들어

적막한 빈 방안에 오락가락 다니면서

장래의 일을 생각하니 더욱이나 답답하고 민망하다.

부친 하나 반편(모자란 사람)이 같고 모친 하나 숙맥(菽麥不辨, 어리석은 사람)일세

날이 새면 내일이오 해가 가면 내년이라

혼인 사설 전폐하고(얘기는 전혀 없고) 가난 사설뿐이로다

어디서 손님 오면 행여나 중매신가

아이 불러 힐문(詰問, 잘못된 점을 따져 물음)한즉 풍헌 약정 환자 최촉(風憲約正還子催促, 풍헌이 꾸어 간 환자 갚으라 재촉함)

어디서 편지오면 행여나 청혼서인가

아이더러 물어보니 외삼촌의 부음(訃音)이라

애닯고 설운지고 이내 간장 어이할꼬

앞집 사는 아무 년은 벌써 자손을 낳았단 말인가

동편집 용골녀는 금명간(今明間)에 시집가네

그 동안에 무정 세월 시집가서 풀련마는

친구 없고 혈족 없어 위로해 줄 이 전혀 없고

우리 부모 무정하여 내 생각 전혀 없다

부귀빈천 생각 말고 인물풍채 마땅커든

처녀 나이 사십 적소 혼인 거동 차려 주오

김동이도 상처(喪妻)하고 이동이도 기처(棄妻)로다

중매할미 전혀 없네 날 찾을 이 어이없노

감정암소 살쪄 있고 봉사(奉祀) 전답(田畓) 갖건마는

사족(士族) 가문(家門) 가리면서 이대도록 늙혀 놓으니

연지분도 있지마는 성적단장(成赤丹粧, 얼굴에 분 바르고 연지를 찍는 일) 전폐(全廢)하고

감정치마 흰 저고리 화경거울 앞에 놓고

원산(遠山)같은 푸른 눈썹 세류(細柳)같은 가는 허리

아름답다 나의 자태 묘하도다 나의 거동

흐르느니 세월에 아까울 손 늙어 간다

거울더러 하는 말이 어화 답답 내 팔자야

갈데 없다 나도나도 쓸데없다 너도너도

우리부친 병조판서 할아버지 호조판서

우리문벌 이러하니 시류풍속을 따르기 어려워라

어는 듯 봄철이 드니 초목군성(草木群盛) 다 즐거워하네

진달래 만발하고 잔디 속잎이 나는구나

썩은 바자는 쨍쨍하고 종달새도 난다

춘풍야월(春風夜月) 세우시(細雨時)에 독수공방 어이할꼬

앞집에는 신랑이 찾아오고 뒷집에는 신부가 왔네

내 귀에 듣는 바대로 느끼는 일도 많고 많도다

녹양방초(綠楊芳草) 젊은 날에 해는 어찌 그리 쉽게 가고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 표연(飄然)히 늙어가니

머리채는 옆에 끼고 다만 한숨뿐이로구나

긴 밤에 짝이 없고 긴 날에 벗이 없다

앉았다가 누웠다가 다시금 생각하니

아마도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원수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