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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덕회
 영화 <명량>   2014
조회: 2482 , 2014-08-13 10:02
영화 변호인과
비슷한 맛이었다.

뭉클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밑이 뜨거워져서...

울었다.
씨바.

때에 맞는 음식이란게 있다.
절기에 맞춰 먹는 보양식처럼,
시기적절할때 입에 땡기는 '맛'을 먹으면

기분좋아지고
행복해진다.

딱, 맞는 시기.
사람들이 원하는 '맛'을
매우 적절하게 제공한다.

물론, 김한민감독의 요리솜씨는
여전히 그닥 세련되지 못하지만
'맛을 위한 집중력'은 전작보다 나아졌다.
(전작인 <최종병기 활>이 표절논란 이전에
감독의 거친 요리솜씨에 적잖이 실망한터라,
사실 이번 작품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에 쓰인 '재료'의 공이 크다.

이야기의 소재를
영리하게 선택했고,
영리하게 조리했다고 본다.

꽤 진보적인 인사 몇몇은,
이 영화를 두고
과도한 이순신 히어로물이며,
감상적인 국가주의나 영웅주의에
매몰된 함량미달 작품이라 평하나보다..

(난 이 사람들 이러는거,
사냥꾼의 방귀소리에도
겁먹고 도망치는 어린 사슴처럼 보인다...)

왜?
그럼 안되나?

사람들의 헛헛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좀 기대면 안되나?
그게 그리도 잘못됐나?

일일이 그렇게
가르치려 들지 마라.
재수없다.

'인지상정'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란 말이다.

그렇다고,
손하나 까닥않고서
영웅이 나타나서
모든걸 해결해주길 바라는
나약한 국민도 아니다.

오히려, 땀하나 흘리지 않고,
머리로만 손익을 계산하는 건,
똑똑한 놈들일 수록 더 하다.

게다가 그런 인사들의 지적질은
진보쪽이 더 심하고...

수구세력들도 대가리 굴리지만,
최소한 국민들에게 지적질하며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대신, 교묘한 방법으로 등골빼먹지...)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건,
영웅화된 이순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용돌이에 빠진 이순신의 배를
구하고자 뛰어든 백성들의
수많은 작은 어선들의 안간힘이었고,

뻔히 지아비가 죽을줄 알지만,
지아비의 '뜻'을 지키기 위해
그가 탄 배를 향해 포를 쏘라고
치마를 벗고 신호를 보내는
벙어리 정씨 여인이었고,

이순신의 불친절하고
무모한 명령이지만,
단 한번도 어김없이
믿음으로 수행하는 송희립이었고,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을 한걸
후손들은 알까?' 하며 웃는
무명의 노잡이들이었다.

심지어,
엔딩엔 아들에게 이순신은 말한다.

'나의 천행은
회오리가 아니라 백성이었다'

안다.
오글대는거.

그래도,
이 영화가 졸작이며,
단지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흥행하는거라고 폄하하는건
한참 잘못 짚은거다.

최근의 세태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리더
(혹은 집단)를 본 적 있나...?

이 영화는,
'신의'를 보이고
'신의'를 지키고
'신의'를 위해 몸을 온전히 던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순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중한게 사라진건 아니지 않나...
그게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가 원했던 그림,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고...

'가슴 뜨거워지는 거'
당연한거 아닌가...?

씨바.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들 모르나...?

시대의 갈증을
그렇게들 모르나...?


 









向月   14.08.13

치마자락을 벗어던져 흔들며 소리지를때,
저도 울컥하여 울었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무아덕회   14.08.14

아, 누구신가했더니...예전에 '월향'님이셨군요. 일기를 보니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셨네요.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向月   14.08.14

괜찮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건승하세요,항상.

  14.08.13

이 영화를 졸작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데요..- -0

무아덕회   14.08.14

네. 진중권을 필두로 이 영화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 많긴해요.ㅎ 진중권이 무얼 싫어하는지 알고 있지만, 이번에 그의 판단엔 동의하고 싶지 않아서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