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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오늘의 일기   2022
조회: 450 , 2022-11-23 01:14
오랫만의 비는 세상에 친 겨울커튼같다. 찬란한 햇살을 막고 
흐린 회색을 칠해서 남은 계절을 몰아냈다. 
흐려도 나는 눈이 부시지 않아 좋았다.

사실은 모든 날씨가 좋다. 오늘 살아있으니.

오랫만의 글을 써본다. 쓰면 정리가 된다. 머리로는 정리가 안된다. 뭐 써도 정리.. 되지 않기도 하지만. 


1. 강아지가 눈이 아프다

퇴근하니 개가 한쪽 눈을 못 뜨고 눈꼽이 많이 껴서 약을 썼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몸도 좀 따뜻한 걸 보니 염증이 생긴 거 같다. 안약은 항염항생제로 다행히 며칠 넣으면 나을 것이다. 발톱을 대각선으로 잘라서 눈을 긁은 듯하다. 급히 발톱을 갈아내었다. 미안. 안 나으면 병원갈거야 낫자



2. 긴장감의 폭발

주말부터 공부가 잘 안됐다. 그 주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 탓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릿 속이 안개가 낀 것 같다. 페이스를 되찾아야 하는데 하필이면 sns에서 무얼 봐버려서 더 불안해졌다.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크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마무리를 짓고 왔다. 집에 오는데 차에서 가슴이 옥죄는 것처럼 답답했다. 숨을 크게 쉬어도 안되고 공부도 막혔으니 잘 생각였는데 아픈 개를 살피다가 식사차려주신 어머니를 짜증나게 해버렸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렵다.
내가 잘해도 아니어도 똑같다. 
늘 내가 상처받고 만다.

마음을 닫게 되고 불편해버리고 만다.  

부모는 뿌리이고 안식처이지만 
나는 뿔이 나서 안되겠다


3. 단기도피
스타벅스로 단기 가출을 했다가 비가 오기 전에 돌아왔다. 
엄청 잘해주신다.

어떤 부모님은 대화가 가능하고

어떤 부모님은 화를 잘 낸다.

어떤 부모님은 독립을 시키고

어떤 부모님은 다 해주신다.



나의 부모님은 화를 내고 잘 해주신다. 
나는 관계가 무척 어렵다..

그리고 깨닫지 못한 관계의 공식이 내 삶을 혼란스럽게 한다. 

질서정연하게 나아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자꾸 뒤에 처져있었고 뒤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괜찮지도 않았다. 

4. 내 인생은 
내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나아가려고 한 걸음씩 현재를 쫓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마음먹은 것, 마음 정한 것을 하고 있다.

내가 나를 슬퍼하며 흘린 연민이 언젠가부터 많이 사라졌다.

내 삶을 위해 살고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엄마아빠를 위해 살아왔으니까. 

5. 내 행복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내 하루 중에는  소소한 기쁨도 있고 실패도 있고 그때그때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와 친척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의미있게 살아가야겠다고 강박적으로 마음 먹었었다. 

슬픔이 없어지지 않았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옷을 사모으고  일을 잘 해내려고 나를 괴롭히고 술을 즐겼고 취해서 내가 꼭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를 주절거렸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더 넓고 깊어졌다. 죽은 사람들은 이런 내게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내가 좀 살께

6. 지금에 있다
그래서 지금이다. 살다보면 웃고 기복이 있으면 해결해보고 안되면 말고 좀 쫑기게 살다가 풀고 말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볼게요. 

지금 해야할 서류? 하나 뿐이에요.
적당한 스트레스가 좋아요.
하나의 시험이 있어요. 그걸 꼭, 넘어가고 싶어요. 
나를 위해 달려가는 시간이 좋아요.
이제는 나를 위한 일이 당신들께 기쁨인 걸 알아요. 
해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기다리지 않게 할게요. 
살아있어서 다행이에요.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잘 때 웃을 수 있으니 좋네요.
내가 그러하듯 부모님도 내일을 두려워마시고
푹 주무세요. 좋은 꿈 꾸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