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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엄마   deux.
조회: 2943 , 2012-10-14 21:12



오늘 아침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상담을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엄마는 또 고소도 안 할 거면서 왜 자꾸 상담만 받느냐고
퉁명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 짜증을 느끼면서
내가 짜증을 느끼는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이 힘들어서 다니는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상담을 다니면 마음이 편해지냐고.
나는 다시 한 번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느끼며
'응'
이라고 대답했다.

평소 같았으면
화를 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오늘만큼은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표현하기 위해서.


엄마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잠시 참고
'대답'했다.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



.
.



묻는 말에 '대답'을 하기 시작하니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
.


엄마는 상담을 하면 왜 마음이 편해지냐고
물었다.
나는 또 다시
'상담을 하니까 편해지지'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참고
'상담을 하면서 털어놓으면 나쁜 기억들을 털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받아들였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도 한 번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왜'냐고 물었다.
나는 또 다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짜증내고 싶은 것을 참고

'대답'했다.


'엄마도 받은 상처가 있을 테니까 가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는 나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가서 좀 들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말했다.
'내가 뭘 모르는데'


또 다시
'뭘 모르냐니?'
라고 짜증내고 싶은 것을 참고



'어머니가 하는 말에 나는 상처를 받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데?'
'(정말 모른단 말이야?!)
나보고 아버지한테 전화하라고 한다든지, 어차피 고소 안 할 거면 용서하고 살라든지
답답하게 왜 말하지 않았냐든지 하는 것들. 그런 막말들.'
'지랄하네, 그게 왜 막말이야?'
'막말이지.'
'왜 그게 막말이야?'


나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내가 상처를 받으니까.'


.
.




화에 집어삼켜지지 않고
화를 느끼면서
표현,
했다.





엄마는 말했다.
자신의 그런 표현에 내가 상처받는 줄은 몰랐다고.
안 그러겠다고.




나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 감정 표현과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험.


받아들여졌다.
나의 표현이.
나의 요구가.
나도
할 수 있구나.
해도 되는 거구나, 이거.



좋은 경험.
:-)

프러시안블루   12.10.14

토닥토닥...

모래   12.10.15

저도 배우고싶어요. 화나거나 짜증날때 대화하는게 힘들거든요. 그냥 참아버리거나 아무말을 안해요.
왜 무작정 입을 닫아버리는걸까요...

李하나   12.10.15

저 같은 경우에는 화를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의 감정이 받아들여진 경험이 적어서 상대방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끊임 없이 이에 대해 고민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기를 굉장히 오랜 시간을 했어요. 고민도 수년 간 했고, 해결하기 위해서도 1년 넘게 노력한 거 같아요. 그랬더니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내딛네요. 참 힘든 거 같아요.

ㅇㅅㅇㅋ   12.10.15

상담 열쉼히 받으세용~~

티아레   12.10.15

인식의 힘은 놀랍죠..

李하나   12.10.15

있다, 는 것을 인정하는 것. 마음의 평화를 찾는 열쇠이더군요. 좋은 열쇠,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